큰스님   Intro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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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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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엄상수화 화두를 타파하다
화두일념으로 두문불출하고 정진을 하시던 중, 28세 되던 해 가을이었습니다. 어느 날 새벽 예불을 모시기 위해 법당에 올라가던 중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일어서는 찰나에 홀연히 화두가 타파되었습니다. 드디어 '향엄상수화' 화두의 관문을 뚫어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종전의 동문서답(東問西答)하던 미(迷)함이 걷혀지고 비로소 진리의 세계에 문답의 길이 열렸습니다. 그리하여 다음과 같이 오도송을 지어 향곡 선사께 바치기를,

    這箇拄杖幾人會 (자개주장기인회) ....... 이 주장자 이 진리를 몇 사람이나 알꼬
    三世諸佛總不識 (삼세제불총불식) .......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다 알지 못함이로다.
    一條拄杖化金龍 (일조주장화금룡) ....... 한 막대기 주장자가 문득 금빛 용으로 화해서
    應化無邊任自在 (응화무변임자재) ....... 한량없는 용의 조화를 자유자재 하는구나.

이에 향곡 선사께서 물음을 던지셨습니다.
"너 문득 금시조(金翅鳥:용을 잡아먹고 사는 전설의 새)를 만난다면 어떻게 하려느냐?"
"몸을 움츠리고 당황해서 뒤로 세 걸음 물러가겠습니다[屈節當胸退身三步]."
라고 답을 하자 향곡선사께서,
"옳고 옳다."
하시며 크게 기뻐하셨습니다.

그러나 송고백측(頌古百則)으로 유명한 설두(雪竇) 선사께서도 다른 공안(公案)에는 다 확연명백하셨으나 '일면불 월면불(日面佛月面佛)' 공안에 막혀 다시 20년을 참구하셨는데, 스님도 이 공안에는 막혔습니다.
※ 일면불 월면불(一面佛月面佛) : 하루는 마조 선사에게 원주(院主)가 아침에 문안(問安)을 드리며, “밤새 존후(尊候)가 어떠하십니까?” 하니, 마조 선사가 “일면불(一面佛) 월면불(月面佛)이니라.”라고 말한 데서 유래한 공안(公案). 일면불은 수명이 1천8백세지만 월면불은 불과 일일일야(一日一夜)라고 한다.
일면불 월면불 화두를 타파하다
이 화두를 가지고 다시 참구하여 5년여 동안 온갖 전력(全力)을 다 쏟으시던 중 겨울 어느 날이었습니다. 눈이 많이 와서 온 천지가 다 흰 눈에 덮였는데, 마당의 물통에는 눈이 내리는 즉시 녹아버려 눈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시고 홀연히 화두가 해결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고인들께서 중중(重重)으로 베풀어 놓으신 온갖 차별법문(差別法門)에 걸림이 없이 상통되었습니다. 오도송을 읊으시기를,

    一棒打倒毘盧頂 (일봉타도비로정) ....... 한 몽둥이 휘두르니 비로정상 무너지고
    一喝抹却千萬則 (일할말각천만측) ....... 벽력같은 일 할에 천만 갈등 흔적없네
    二間茅庵伸脚臥 (이간모암신각와) ....... 두 칸 토굴에 다리펴고 누웠으니
    海上淸風萬古新 (해상청풍만고신) ....... 바다 위 맑은 바람 만년토록 새롭도다.
깨달음의 인가와 전법
그 후 스님의 세수 33세이던 1967년 정미년(丁未年) 하안거 해제법회일에 월내 묘관음사 법당에서 향곡 선사께서 법문을 하시기 위해 상당(上堂)하시어 묵좌(默坐)하고 계시는데 스님이 나와 여쭈었습니다.
"불조(佛祖)께서 아신 곳을 여쭙지 아니하거니와, 불조께서 아시지 못한 곳을 선사님께서 일러 주십시오."
"구구는 팔십일이니라."
"그것은 불조께서 다 아신 곳입니다."
"육육은 삼십육이니라."
이에 스님이 아무 말 없이 예배드리고 물러가니, 선사께서는 아무 말 없이 법상에서 내려오셨습니다.

다음 날 위의를 갖추고 다시 선사님을 찾아가 여쭙기를,
"불안(佛眼)과 혜안(慧眼)은 여쭙지 아니하거니와 어떤 것이 납승(衲僧)의 안목입니까?"
하니, 향곡 선사께서 답하셨습니다.
"비구니 노릇은 원래 여자가 하는 것이니라.[師姑元來女人做]"
그러자 스님이,
"오늘에야 비로소 선사님을 친견했습니다."
하니, 향곡 선사께서 물으셨습니다.
"네가 어느 곳에서 나를 보았느냐?"
"관(關)!"
스님이 이렇게 답하자, 향곡 선사께서
"옳고, 옳다."
하시며, 태고 보우 선사로부터 경허-혜월-운봉-향곡 선사로 이어져온 임제정맥(臨濟正脈)의 법등(法燈)을 부촉하시고 '진제(眞際)'라는 법호와 함께 전법게를 내리셨습니다.
전법게
            付眞際法遠丈室 (부진제법원장실) ....... 진제 법원 장실에 부치노라

            佛祖大活句 (불조대활구) ....... 부처님과 조사의 산 진리는
            無傳亦無受 (무전역무수) ....... 전할 수도 받을 수도 없는 것이라.
            今付活句時 (금부활구시) ....... 지금 그대에게 활구법을 부촉하노니
            收放任自在 (수방임자재) ....... 거두거나 놓거나 그대 뜻에 맡기노라.